추천 게시판의 글에 삘 받아서 짧은 꽁트 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허연두부
0
67
01.06 14:23
추천 게시판의 글(https://pgr21.com/recommend/4033)에 삘 받아서 짧은 꽁트 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혹시 원 글의 글쓴이 분이 원치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릴리트의 강림 (Remastered)
나와 그 누나는 아주 평범한 사촌 관계다. 굳이 정의하자면 1년 365일 중, 명절을 제외한 350일은 남이고 나머지 15일 정도만 가족인 그런 사이.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 댁에 얹혀살게 되면서 그 '평범함'의 정의는 조금 수정되어야 했다. 우리는 동거인이 되었다. 그것도 아주 좁은 방에서, 단 한 대의 컴퓨터를 놓고 경쟁하는. 이것은 단순한 얹혀살기가 아니었다. 낮에는 유교적 위계질서가 지배하고, 밤에는 키보드를 쥔 자가 권력을 잡는 '1실 2국 체제'의 시작이었다.
"야, 동생. 이거 소리가 왜 이러냐?"
어두컴컴한 방 안, 17인치 볼록 모니터(CRT)가 뿜어내는 푸르스름한 빛만이 누나의 옆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안경 알에 반사된 것은 붉은색 핏물과 기괴한 해골들. 누나의 첫 RPG, <디아블로>였다.
"그거 몬스터 나오는 소리야. 문 열면 튀어나오니까 조심해."
나는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 척하며 힐끔거렸다. 전교 1등. 모범생. 어른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 우리 누나.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그저 레벨 5짜리 마법사에 목숨 건 '초보 게이머 1'일 뿐이었다.
— Ahhh, Fresh Meat!
스피커를 찢을 듯한 괴성. 도살자(The Butcher)의 등장이었다.
"엄마야!"
누나의 어깨가 펄쩍 튀어 올랐다. 평소라면 "시끄러워" 하고 핀잔을 줬겠지만, 그녀의 컨트롤이 가관이라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녀석의 마우스 커서는 화면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전교 1등의 두뇌가 연산한 최적의 경로를, 똥손인 육체가 거부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아니, 거기서 도망을 가야지! 불 쏘지 마! 마나 없어!"
"야, 조용히 해봐! 아, 이 돼지 같은 게 왜 안 죽어!"
누나의 입에서 거친 단어가 튀어나왔다. 학교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바이브. 분명 이 방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지만, 나는 순간 낯선 타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적분 문제를 풀 때보다 더 심각한 표정. 나는 생각했다. '저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를 갔겠지. 아, 이미 전교 1등이구나. 세상 참 불공평하네.'
'재밌어 보이네.'
나도 하고 싶었다. 내 컴퓨터다. 내 게임이고, 내가 키워놓은 30레벨 워리어도 저 안에 잠들어 있다. 그런데 2시간째 비켜줄 생각을 안 한다.
나는 슬그머니 의자 뒤로 다가갔다. 누나는 도살자를 간신히 잡고 마을(Tristram)로 귀환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누나. 이제 그만하고 비키시지?"
"잠깐만. 아이템 확인만 하고. 이거 빨간색 글씨는 좋은 거지?"
"좋은 거니까 내놓으라고."
나는 장난기가 동했다. 아니, 사실은 약간의 심술이었다.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고작 게임 때문에 치사하게 구는 것도 웃기지만, 세상에는 사랑이나 우애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내 워리어로 헬(Hell) 난이도를 도는 것 같은 문제 말이다.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정확히는 방향키 위에 있는 6개의 키 중, 가장 위험한 버튼 위에.
"비켜라. 셋 셀 때까지 안 비키면 누른다."
"뭘?"
"이거. 딜리트(Delete)."
누나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내 협박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그 무심한 태도가 도화선이 되었다. 나는 겁만 줄 요량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
"어어, 이거 감정 어떻게 하는 거야?"
"둘."
"동생아, 이것 좀 봐봐. 칼이 으리으리해."
"셋."
탁.
내 검지가 'Delete' 키를 누르는 순간, 누나의 중지가 'Enter' 키를 타격했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완벽하고도 끔찍한 듀엣이었다.
[System]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존재가 소멸했습니다.
슈우욱—.
3시간 동안 키운 누나의 마법사가, 도살자의 칼날도 피했던 그 캐릭터가, 동생의 손가락질 한 번에 디지털 데이터의 강을 건넜다. 윈도우 98조차 말리지 못한 완벽한 살해였다.
"......"
"......"
방 안에는 컴퓨터 쿨러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 웅— 웅—. 흡사 내 장례식을 예고하는 진혼곡 같았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차라리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리면 "아, 실수야!" 하고 넘어갈 텐데.
누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텅 빈 캐릭터 선택창을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1초, 2초, 3초. 영겁 같은 침묵 끝에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안경 알에 반사되던 붉은 핏물은 사라지고, 그보다 더 붉은 살기(殺氣)만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도살자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정이 거세된 완벽한 무(無).
"......눌렀니?"
아주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모니터 속에 있던 악마가 현실로 로그인을 시도했다는 것을. 나는 현세대 게이머들보다 약 20년 먼저, 성역(Sanctuary)의 어머니 '릴리트'를, 그것도 잠옷 바람으로 영접했음을.
"저기, 누나. 그게 아니라... 내 손가락이 독단적으로..."
"복구해 놔."
누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못 살려내면, 다음 삭제 대상은 너야."
방문이 닫히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 귀에는 단두대가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았다. 삭제된 캐릭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블리자드의 법이자, 이 세계의 냉혹한 진리니까.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네크로맨서가 되어서라도 저 마법사를 예토전생 시켜야 한다.
그날 밤, 나는 악마보다 더 무서운 누나의 등쌀에 시달리며, 디아블로가 왜 공포 게임인지를 뼈저리게 학습해야 했다. 진정한 공포는 모니터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등 뒤에 서 있다는 것을.
---
만들었다고 한 의미는... AI 작업물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원 글의 글쓴이 분이 원치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릴리트의 강림 (Remastered)
나와 그 누나는 아주 평범한 사촌 관계다. 굳이 정의하자면 1년 365일 중, 명절을 제외한 350일은 남이고 나머지 15일 정도만 가족인 그런 사이.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 댁에 얹혀살게 되면서 그 '평범함'의 정의는 조금 수정되어야 했다. 우리는 동거인이 되었다. 그것도 아주 좁은 방에서, 단 한 대의 컴퓨터를 놓고 경쟁하는. 이것은 단순한 얹혀살기가 아니었다. 낮에는 유교적 위계질서가 지배하고, 밤에는 키보드를 쥔 자가 권력을 잡는 '1실 2국 체제'의 시작이었다.
"야, 동생. 이거 소리가 왜 이러냐?"
어두컴컴한 방 안, 17인치 볼록 모니터(CRT)가 뿜어내는 푸르스름한 빛만이 누나의 옆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안경 알에 반사된 것은 붉은색 핏물과 기괴한 해골들. 누나의 첫 RPG, <디아블로>였다.
"그거 몬스터 나오는 소리야. 문 열면 튀어나오니까 조심해."
나는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는 척하며 힐끔거렸다. 전교 1등. 모범생. 어른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 우리 누나.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그저 레벨 5짜리 마법사에 목숨 건 '초보 게이머 1'일 뿐이었다.
— Ahhh, Fresh Meat!
스피커를 찢을 듯한 괴성. 도살자(The Butcher)의 등장이었다.
"엄마야!"
누나의 어깨가 펄쩍 튀어 올랐다. 평소라면 "시끄러워" 하고 핀잔을 줬겠지만, 그녀의 컨트롤이 가관이라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녀석의 마우스 커서는 화면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전교 1등의 두뇌가 연산한 최적의 경로를, 똥손인 육체가 거부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아니, 거기서 도망을 가야지! 불 쏘지 마! 마나 없어!"
"야, 조용히 해봐! 아, 이 돼지 같은 게 왜 안 죽어!"
누나의 입에서 거친 단어가 튀어나왔다. 학교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바이브. 분명 이 방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지만, 나는 순간 낯선 타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적분 문제를 풀 때보다 더 심각한 표정. 나는 생각했다. '저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를 갔겠지. 아, 이미 전교 1등이구나. 세상 참 불공평하네.'
'재밌어 보이네.'
나도 하고 싶었다. 내 컴퓨터다. 내 게임이고, 내가 키워놓은 30레벨 워리어도 저 안에 잠들어 있다. 그런데 2시간째 비켜줄 생각을 안 한다.
나는 슬그머니 의자 뒤로 다가갔다. 누나는 도살자를 간신히 잡고 마을(Tristram)로 귀환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누나. 이제 그만하고 비키시지?"
"잠깐만. 아이템 확인만 하고. 이거 빨간색 글씨는 좋은 거지?"
"좋은 거니까 내놓으라고."
나는 장난기가 동했다. 아니, 사실은 약간의 심술이었다.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고작 게임 때문에 치사하게 구는 것도 웃기지만, 세상에는 사랑이나 우애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내 워리어로 헬(Hell) 난이도를 도는 것 같은 문제 말이다.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정확히는 방향키 위에 있는 6개의 키 중, 가장 위험한 버튼 위에.
"비켜라. 셋 셀 때까지 안 비키면 누른다."
"뭘?"
"이거. 딜리트(Delete)."
누나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내 협박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그 무심한 태도가 도화선이 되었다. 나는 겁만 줄 요량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
"어어, 이거 감정 어떻게 하는 거야?"
"둘."
"동생아, 이것 좀 봐봐. 칼이 으리으리해."
"셋."
탁.
내 검지가 'Delete' 키를 누르는 순간, 누나의 중지가 'Enter' 키를 타격했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완벽하고도 끔찍한 듀엣이었다.
[System]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존재가 소멸했습니다.
슈우욱—.
3시간 동안 키운 누나의 마법사가, 도살자의 칼날도 피했던 그 캐릭터가, 동생의 손가락질 한 번에 디지털 데이터의 강을 건넜다. 윈도우 98조차 말리지 못한 완벽한 살해였다.
"......"
"......"
방 안에는 컴퓨터 쿨러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 웅— 웅—. 흡사 내 장례식을 예고하는 진혼곡 같았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차라리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리면 "아, 실수야!" 하고 넘어갈 텐데.
누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텅 빈 캐릭터 선택창을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1초, 2초, 3초. 영겁 같은 침묵 끝에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안경 알에 반사되던 붉은 핏물은 사라지고, 그보다 더 붉은 살기(殺氣)만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도살자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정이 거세된 완벽한 무(無).
"......눌렀니?"
아주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모니터 속에 있던 악마가 현실로 로그인을 시도했다는 것을. 나는 현세대 게이머들보다 약 20년 먼저, 성역(Sanctuary)의 어머니 '릴리트'를, 그것도 잠옷 바람으로 영접했음을.
"저기, 누나. 그게 아니라... 내 손가락이 독단적으로..."
"복구해 놔."
누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못 살려내면, 다음 삭제 대상은 너야."
방문이 닫히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 귀에는 단두대가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았다. 삭제된 캐릭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블리자드의 법이자, 이 세계의 냉혹한 진리니까.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네크로맨서가 되어서라도 저 마법사를 예토전생 시켜야 한다.
그날 밤, 나는 악마보다 더 무서운 누나의 등쌀에 시달리며, 디아블로가 왜 공포 게임인지를 뼈저리게 학습해야 했다. 진정한 공포는 모니터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등 뒤에 서 있다는 것을.
---
만들었다고 한 의미는... AI 작업물이기 때문입니다...

